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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

서성이다

3월 6일 오전 글감 '서성이다'

괜찮게 썼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묻어두기가 그래서

그렇지만 동네방네 알릴만한건 아니고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만 해 두려고 한다.


사위는 혼자서 처갓집 대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다. 장인은 마실갔다 오는 길에 멀리서부터 저것이 이 서방이구나 하는 것을 알아챘다.


그저께 딸내미가 씩씩거리면서 울면서 집에 온 것을 본 터였는데, 친정엄마라는 사람은 딸내미를 혼내기만 하길래 장인은 되려 역정을 냈다. 마누라에게 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그냥 조용히 맞아주면 며칠 있다가 갈 건데 뭘 그리 오지랖을 떠냐며.


사위는 장인이 지척까지 올 동안 다른 데에 신경이 팔렸는지 눈치를 채지 못했다. 싸워서 부인이 친정에 가버렸는데 데리러는 가야겠고 장인장모에게 변명 내지는 사과도 해야겠고 그렇다고 제 마누라가 순순히 따라 나설 것 같지도 않을테니 여러모로 복잡한 심경일게다.


"이 서방 왔나."

"어? 장인어른..."

"안 드가고 뭐하노. 남에 집 왔나."

"아닙니다."


장인은 계속 사위의 말을 잘랐다.


"밥은?"

"아 예, 먹고 왔습니다."

"은경이 저거 점슴때까지 처 자드만. 일난지 얼마 안 됐을끼다."

"..."

"지금 드가봐야 장모가 좋은 소리는 안 할낀데. 이 서방, 내하고 요 앞에 맥주나 하러 가까?"

"어..."

"암만 장인이 불편해도, 지금 장모나 은경이보다는 나을끼다. 원래 남자한테 처가는 다 그런기다. 간단하게 묵고 드가자. 내가 편 잘 들어 주께."


장인은 사위 어깨를 툭툭 치고는 먼저 앞서 갔다. 사위는 주저했지만 장인 말이 틀린 것은 아니기에 장인을 뒤따랐다.


장인은 싸우면 되네 안 되네, 데리고 가네 어쩌네 같은 소리는 꺼내지도 않았다. 이야기를 해 봐야 노인의 잔소리이고, 사위가 불편하기만 할 뿐이기 때문이었다.


"저, 장인어른..."
"됐다."


사위가 어려운 말을 하려는 것 같자, 장인은 다시 말을 잘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