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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orteD

범죄자의 방송

어제 트위터 타임라인을 비롯한 나의 몇 언론채널(?)을 달군 얘기는

마재윤의 아프리카 방송 이야기였다.

뭐 이제는 프로리그를 가끔 챙겨보는 수준도 아니고
블리자드와 협상이 마무리되어 스1도 합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개인리그 8강 이상의 좋은 매치가 아니면 별로 눈길도 가지 않는데

줄잡아 시청자가 수만에 이르렀다 하니
끽해봐야 수천에 그친 프로리그와 완벽하게 대비되는 수치이다.

물론 이새퀴의 행동은, 그래 한 2~3% 정도는 참작을 해 줄 여지가 있겠지만
싸대기를 날려야 하는 행동이다.
판을 뒤엎으려는 짓을 해놓고 뻔뻔하게 개인 방송을 칭하고 얼굴을 내밀었으니까.
아 물론 자기가 혼자 게임하는거 누가 뭐라 그러나.
그걸 방송하는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당연히 입을 모아서 마재윤을 깠다.
-무슨 낯짝으로 기어들어오나
-돈 떨어졌나 찌질한놈
-눈물흘리며 읽었던 사과문이 무색하다
-K리그도 심각하고 쉽게 넘어갈 사안이 아닌데
등등.


그러나 생각해 봐야 하는 문제는 이 일의 이면이다.
왜 같은 시간대 방송인 프로리그보다 열 배는 넘는 시청자가 마재윤을 보았는가.
왜 범죄자인 마재윤의 플레이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고 하는가.
또한, 직접 비교는 힘들겠지만 GSL 슈퍼토너먼트 4강 경기의 다시보기 조회수는
6월 14일 현재 15만(문성원 이정훈)과 5만(최성훈 김정훈)이다.

그들이 마재윤의 팬이었든 안티였든, 방송을 본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의견을 내는 경향이 있었다.
-요즘의 스1 경기들은 잘 훈련된 기계들의 매치로 보인다.
-실력은 여전하네.
-요즘 경기중에 기억나는게 없다.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거기에서 그가 마지막 본좌였던 시절을 보고
그 시절의 경기들을 추억하는 것이다.
요즘의 경기들이 수준은 더욱 높을지라도 요즘엔 찾을 수 없는 어떤 것,
그런 것을 마재윤 방송에서 찾았던 것이다.
4대본좌 임이최마.
임요환과 이윤열은 이제 스2를 하고
최연성은 코치, 마재윤은 영구제명. 홍진호는 보기 힘들고.
그 낭만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송이었던 것이다.
마재윤이 범죄자라도 그가 본좌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있지만 기억이 지워지지는 않는다.

아마 마재윤 방송의 이슈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무관심이 가장 좋은 처벌이다. 첫 방송이라서 호기심에 가서 본 사람들이 많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프로리그의 시청자가 늘어나는 결과가 되지는 않는다.
개념을 안드로로 보내버린 상하이 프로리그 결승이나
매번 그놈이 그놈처럼 보이는 경기들을 보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스1 관계자들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 이런 것이다.
kespa의 삽질은 이미 유명하니 협회의 지원을 바라서는 안된다. 방해만 안하면 다행이다.
KT 이지훈 감독의 트윗을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한가지 궁금한점이 생겼어요 이영호가 아프리카 방송하는거랑 마모씨가 아프리카 방송하는거랑 어떤게 더 시청률 좋을까요? 현재로 볼땐 우리 영호도 조기종영 드라마 수준일라나요...

나는 마재윤 시청률이 더블에 가깝게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본좌를 뛰어넘어 갓이라 불리는 이영호와, 몰락해버린 범죄자 마재윤간의 대결이 그럴 것이라고 예상한다.

무엇이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나는 이미 스2로 기울어져 있다.
쓸만한 의견도 없고 굳이 그럴 생각도 잘 안든다. 관계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