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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ecacY oF 90'S, and earlY 00'S

가끔 멍때리면서 웹을 떠돌다 보면
90년대의 사진, 이른 00년대의 사진들을 보게될 때가 있다.
추억을 떠올리게 하려는 목적으로 올라온 것들도 있고
자료로서 올라온 것들도 있다.

거기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꽤나 열화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이렇게 촌스러웠나 싶을 때가 많다.
특히나 방송화면에 잡히는 글씨체가 그렇다.

그러나 우리의 기억이 진정 그랬던가.

아날로그는 빛이 바래기 마련이고
기억은 미화되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도, 그것이 담긴 사진도, 영상도
무뎌지고 바스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어떠한 계기에서인지 강하게 남은 스틸샷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예기치 않은 자극으로 인해 강하게 되살아나기도 한다.

오늘 하늘은 미친듯이 파랬고
태양은 전형적인 8월의 위용을 뽐냈다.
비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서울 공기도 나름 투명하다.
북쪽의 밤하늘이 그리 붉지 않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르막을 오르던 어느 여름날이 생각났다.
정확히 언제라고 특정지을 수도 없고 이전에는 한 번도 생각난 적 없었는데.
그 선명하던 색감이 떠올랐다. 녹색의 산, 풀, 논, 파란색 하늘, 태양색, 흰색 아파트 벽, 검은색 아스팔트
90년대 중반의 기억인데 그 색감은 열화되지 않았다
그 시절의 사진을 본다면 오히려 방해가 될 것만 같다.

아마 이런 느낌일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이 70년대, 80년대를 기억한다는 것은.
우리가 사진으로만 보게 되는 그 시대는 어딘가 빛바랜 것이지만
그 때를 살던 사람들의 강렬한 기억은 지금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때도, 지금도, 눈이 아플 정도의 여름색은 똑같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