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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S/woW

자수성가 이야기의 끝



몇 번씩 예고했던대로, 드디어 와우 인생에서 첫 전설을 만들었습니다.

판다리아를 안 했으니 망토, 그 보급형 전설 망토조차 없는데

최초의 레전드리를 손에 넣었네요.


자수성가 이야기의 끝을 맞아 풀어놓을 썰이 꽤 깁니다.


1. 왜 끝이냐 하면, 블리자드에서 PLEX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이브 온라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인데, 정액권을 게임 내 캐쉬템의 형태로 만든 것이고, 거래가 가능합니다.

합법적인 현금-골드 거래가 가능해지는 것이죠. 제가 그 동안 자수성가 하겠다는 것의 의미는

아예 외부와 단절된 경제를 구성하자는게 아니라,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골드를 벌자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도입되면, 이제 하드하게 하는 사람들은 골팟으로 번 골드로 플렉스를 사서 쓸 것이고,

골드가 모자라는 라이트한 저씨들은 다량으로 플렉스를 사서 경매장에 올려서 골드를 벌 것입니다.

아마 최초의 환전 시세는 그 당시의 골드 시세와 동일하겠지만, 

아마 장기적으로는 골드의 가치를 상승시키지 않을까 싶네요. 작업장이 멸종할 것이구요.

플렉스 소모량보다 공급량이 더 많을거라는 추측이 기반입니다.


뭐, 플렉스가 비싸봐야 법석보다 싸거든요.



2. 라이트 유저용 컨텐츠는 매우 짧게 한계에 다다른다.

3달 결제를 한 지 사흘쯤 지났는데 조금 후회가 됩니다. 한 달만 할걸.

템렙이 646인데, 이제 갈 수 있는데가 없어요. 복술, 또는 힐러 자체가 그리 귀하지 않고

높망 1-6넴은 가는데, 마르고크를 잡는 팟에를 갈 수가 없습니다. 많은 팟이 킬 경험을 요구하더라구요?

템렙은 일반 마르고크를 잡을만큼은 되는데, 이 경험이라는 장벽이 꽤 큽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르고크는 꽤 복잡하거든요.

그런데 마르고크를 기점으로 파티의 수가 확 줄어든다, 이것은 시간이라는 요소와 맞물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복귀자의 실종이죠.


'현재' 템레벨 분포의 중간값은 640정도입니다.

(http://www.mmo-champion.com/content/4613-Armory-Stats-Character-Item-Level-Distribution-and-Number-of-Max-Level-Characters)

저 선까지는 본인이 하기만 하면 올라갑니다. 공찾에서 나오는 템은 640이고, 

그 외에 카드가 반지, 제작, 필드 보스, 추종자 임무, 주둔지 방어 등으로 더 높은 템이 나오죠.

이 중간 그룹은, 공찾을 가서 템렙을 올리기는 매우 힘들고, 따라서 일반팟을 갈 때가 되었는데,

1-6넴만 반복해서 갈 수 밖에 없다는거죠. 우연한 기회를 잡아서 마르고크 킬을 하지 않는 이상.

마르고크만 잡으면, 그 위는 다시 템렙에 맞게 파티들이 나타납니다. 다른 장벽은 없죠.


그러나 문제는 시간입니다.

유저 장벽은 시스템이 바뀌어도 확장팩이 나와도 굳건히 유지됩니다.

일반적으로 와우 복귀자는, 저씨에요. 옛날에는 하드하게 했었어도 지금은 시간이 없죠.

개중 제가 시간이 많은 편이기는 한데, 불규칙적입니다.

이게 뭔 말이냐면, 2~4시간을 요구하는 막공에 온전히 집중하기가 힘들다는 것이고,

그렇다고 정해진 시간에만 가는 정공을 가자니 불규칙적이라 이게 안되고,

그 때문에 대기 시간을 줄이고자 취업 잘된다는 힐러를 골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시간이 엄청나게 생기고 있다는 것이죠. 1-6넴은 딱히 갈 이유가 없고, 막넴 가는 팟은 안나오는데.

언제까지나 파티창을 계속 주시할 수는 없지요.


와우는 누가 뭐라 해도 황혼기에 접어든 게임입니다.

드레노어의 전쟁군주가 얼마나 잘 나왔어도 그건 변하지 않습니다.

리치왕의 분노, 또는 그 언저리 시절처럼 일반적이고 열정적인 막공장들이 많지 않습니다.

지금 막공장을 잡는건 예전부터 계속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줄어들기만 합니다.


레이드 한 번 가보겠다고 수많은 시간을 기다렸었는데, 이제는 그러기에는 시간이 아깝죠 다들.

2004년, 2005년에는 그래도 됐었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파티플레이였구요.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아요. 그 시간에 다른 할 게 많거든요. 이거 하나만 있는게 아닌겁니다.

내가 즐겁자고 하는 것인데, 기다리면서 날려버릴 이유가 없거든요.


롤과 월탱이 전세계적으로 흥하고 있는건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일 겁니다.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상당히 큰 장점이거든요.

와우도 그 이전 세대의 MMORPG에 비해서는 진보한 것이긴 하나,

이 이상으로 획기적인 파티구성 매커니즘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입니다. MMORPG의 한계일지도 몰라요.

거기다 와우는 오래되서 유저장벽이 하나 더 있다보니.


PvE만 서술했는데, PvP는 아마 상황이 더 심각할지도 모릅니다.

레이드를 못가면 전장을 가면 되지 않느냐, 여긴 개인 대기만 걸어놓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어, 맞기는 한데 대신 여기는 냉혹한 실력의 벽과 긴 대기시간이 있죠.

애초에 사람과의 대전이 즐거운 사람들은 와우 말고 다른 좋은게 더 많습니다.

큐도 빨리 잡혀요. 와우는 이거 뭐, 10분 20분은 기본이거든요.

그마저도 지기 직전판에 들어가면 다시 또 대기해야되고;;; 밸런스가 잘 잡힌 것도 아니고;



3. 마무리를 지으며

복귀한 저씨들이 꾸준히 윗단계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해외는 괜찮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국내는 뭔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켜봐야 하는 것은 2월에 열린다는 용광로입니다.

마르고크를 포함해 새 공찾이 열리면 막혔던 전설퀘도 진행이 되고,

용광로에서 새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다시 라이트유저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단 그 때까지는 괜찮을텐데, 실은 그 다음이 운영의 묘가 필요할 단계입니다.

약간씩 처지면서 다시 쉬기 시작하는 복귀자들을 상위 컨텐츠로 끌어올릴 뭔가가 필요할 겁니다.

6.1에서 플렉스나 주둔지 4레벨 같은걸 적용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시점에서 대처를 안이하게 하면 사람들이 순식간에 사라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두고 볼 부분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