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에 segwit2X가 잠정연기되었습니다.
그 전후로 암호화폐 시장이, 아니 시장으로 보기도 싫네요.
이 판이 보여준 움직임이 굉장히 실망스러워서 그저 소회나 한번 남겨 볼랍니다.
자기가 가진 코인에 애정을 가진 트레이더가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이더를 좋아합니다만, 싸워대는 꼴을 보자면 왜 저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죠.
개개인의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나하나 언급하고싶은건 아닌데,
그것들이 모여서 이 판을 혼탁하게 만든다 싶어서 말이죠.
1. 비트코인 캐쉬 하드포크
8월 마지막날의 이 하드포크는, 비록 당사자인 우지한은 알트코인으로 봐 달라고 하지만,
언리미티드 진영의 이상이 기어코 구현된 체인분리입니다.
왜 알트임을 어필하냐면, 그래야 비트와 캐쉬가 같이 윈윈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원조라고 싸우는 순간 비트가 가지는 대표성과 유니크함이 증발하게 되고
시장 전체가 침체하기 때문이죠. 2인자를 노리는 전략이 그때나 지금이나 유효합니다.
근데 사실 괜찮은 시장이라면, 분리전 비트코인의 가격과 분리후 비트+캐쉬의 가격이
같거나 낮아졌어야 합니다. 없던 돈이 생긴게 아니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비트가격이 유지됩니다. 즉 캐쉬만큼이 공짜로 생긴거에요.
물론 저도 그때 생긴 캐쉬를 곧바로 처분해서 그 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기는 했습니다만,
상황이 정상적인 것은 아니죠.
2. 비트코인 골드
자, 사람들이 이 때 학습효과가 생깁니다.
체인분리가 아무 리스크도 없는, 공짜 코인 에어드랍과 같은거죠.
코드조차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스캠일 가능성이 농후한 이 하드포크에도
미소하지만 사람들이 '옳게' 반응합니다.
비트 가격을 올리고, 분리 이후 골드를 챙깁니다.
거래소들도 캐쉬때완 달리 바로 지원을 하였고요.
3. segwit2X의 이해
언리미티드와 코어진영이 한참 싸울때, 커뮤니티를 배제한
마이너 연합이 4월에 뉴욕에서 밀실 합의를 해버립니다. 세그윗+블록사이즈 증가.
이 합의는 언리미티드 진영도 일단 세그윗을 받아들인 타협안이었으므로
과정이 문제가 있지만 미봉책은 되었던 것이죠.
그러나 캐쉬 하드포크 이후로, 비트코인은 세그윗을 적용한 비트코인과
미적용 및 빅 블록을 허용하는 캐쉬로 나눠집니다. 미봉책이 뜯겨버린 것이죠.
언리미티드는 캐쉬라는 대안을 하나 손에 넣었고, 코어는 세그윗을 적용했지만
언리미티드 지지자들은 여기에 약속대로 블록사이즈 증가를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캐쉬가 없었다면 모를까, 코어는 이것을 들어주면 전쟁에서 지는거죠.
그래서 뉴욕 합의는 커뮤니티가 배제되었다면서 블럭사이즈 증가를 반대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상 언리미티드와 코어의 제 2차전이 된거죠.
이것을 단순하게 일반화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탈중앙화 철학의 문제부터 시작된 다면적인 상황이에요.
하지만 어쨌거나, 정당성은 코어 진영에 있고 언리미티드는 해쉬파워를 무기로 협박하는 모양새죠.
결국은 언리미티드 진영은 2x를 연기하면서, 거물들은 캐쉬에 집중하기로 한 모양입니다.
4. 이 소식이 들린 와중에, 비트는 펌핑과 덤핑을 겪습니다.
펌핑까지는 이해가 됩니다. 지금까지의 체인분리 하드포크는 모두 이익이었으니까요.
예상 포크일이 8일 정도 남은 상황에서, 시세가 훅 훅 뛰던건 너무한다 싶기도 했지만
만일 분리로 인해 시세가 반토막이 나더라도 일종의 안전장치처럼 작동할 것이었기 때문에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덤프요? 이건 공짜 코인이 나오지 않으니 던진 실망 매물밖에 안돼요.
물론 그 이후 비트는 다시 그 전 가격대를 회복했고, 다시 조금씩 하락중입니다만.
이렇게 빠져나간 비트는 알트로 흘러들어가고, 그건 당연한 수순의 이동이긴 합니다.
비트코인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시장 반응은, 즉 투자적인 행동은
2x 연기가 나온 이후로 내리지는 않는겁니다. 악재가 없어진거거든요.
앞으로 체인은 분리가 되지 않을 것이고, 분탕치던 언리미티드는 캐쉬로 꺼져버립니다.
캐쉬 가격이 어떻게 되든 그건 알 바 아니고, 비트는 마이웨이를 가는거죠.
개인적으로는 비트의 희소성으로부터 추론한 가격은 엄청난 고가라,
천천히, 매우 길게 더 오른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히려 내린다는건, 볼짱 다 봤다는거죠. 투기적 행동입니다.
시장이 아니라 마치 하우스 테이블같은.
5. 이더리움 패리티 지갑.
이 와중에 이더리움의 패리티 팀의 지갑에서 사건이 터집니다.
기초적인 코딩 실수로 보이는데, 취약점이 실행되어 상당량의 이더가 묶여버리게 됩니다.
이것을 풀기 위해서는 하드포크가 필요하다는데, 제 생각에는
이것이 메인 체인의 문제가 아니므로 특정 케이스의 구제를 위한 포크는 있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DAO해킹 문제와는 조금 다르죠.
그러나 이것이 패리티 팀의 기술적 문제라고는 하나, 그 근본 원인은
이더리움의 코딩 언어인 솔리디티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여튼 이것도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더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건인데,
웃긴건 이 소식이 나온 이후 이더는 오히려 올랐다는겁니다.
펀더멘탈이 어쨌든 유동량이 줄었으니 호재라고 판단한 움직임으로밖에 볼 수 없죠.
정체성 위기이므로 하락해야 정상인데 말입니다.
2x연기 이후에 이 문제는 묻혀버린 느낌으로, 그 동안 눌러졌던 시세가 계속 오르는 중입니다.
한편 이 문제와 관련된 글에서, 일부 채굴자들은 오히려 시세 조작성의 편향된 글이 아니냐,
이래서 이더는 안된다 등의 꽤나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더라구요.
채굴자 입장에서 POS로 전환하려는 이더가 좋게 보이지는 않겠지만,
어차피 수익성따라 움직일 사람들인데 이클도 있고 다른 많은 POW코인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겠죠.
6. 기타
그 와중에 스팀잇에서 보이는 지나칠정도의 이더 폄하와 EOS찬양,
실체가 증명되지도 않은 퀀텀 신자들, ICO대박론자, 이런걸 보고 있자니 참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단타에 눈이 시뻘건 사람들이 펀더멘탈 얘기를 하는데 그게 또 설득력 있다며 받아들여지니
이 판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2-3년쯤은 더 지나야 할까요. 시세는 어떻게 될 지 몰라도 말이죠.
고작 반 년쯤 봐 온 판인데, 요즘들어 갑자기 '질린다'는 느낌이 옵니다.
너무 골치아픈 이벤트가 연속해서 터졌어요.
어거나 얼른 정식 런칭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dapp이고
미래예측이라는건 반쯤 복권같아서 재밌죠. 거기다 이게 잘 돌아간다는건
이더의 스케일링 문제도 어느정도 해결되었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