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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orteD

영혼의 주파수

이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영혼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했던 사람에 관하여

평어로 쓸까 경어로 쓸까 고민부터 되네요.
독자가 불특정 다수인만큼 경어를 써야 하나
이건, 오히려 삶의 지혜, 같은 것이라서 경어로는 쓰는 맛도 살지 않고
그렇다고 평어를 쓰자니 내가 살기는 얼마나 살았다고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아마도 그래서
정말로 어색하게 섞인 이상한 어투를 쓰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정말로 모든 것이 같고
생각하는 방식마저도 같았던 사람이 있습니다.
소울메이트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서술하는 대상. 정확히 그런 느낌.
연애 얘기가 아니고, 일반적인 친교에서.

이제 와서는 압니다. 그건 존재하지 않아요.
제목부터 뭔가 거창하게, 영혼의 주파수라는 말을 던졌는데
그건 사람의 고유한 것이라 일치하는 사람이 있을수가 없어요.
있어서도 안됩니다. 그건 도플갱어죠.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은
현재 그 사람과 내가 상당한 고차 근사에서 일치한다는 것 뿐.
현재, 그만큼 같은 위상과 파형의 변화 양상을 보인다는 것 뿐.
wavE numbeR는 분명히 미세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면
이 영혼의 파형은 엇갈리기 시작하고
wavE numbeR가 미세하게 차이났기 때문에
아마도, 다시는 같은 위상을 같은 시간대에서 가지지 못할 겁니다.


대신 harmonicS를 찾게 되겠죠.
resonancE를 일으키는 주파수는 자신의 것과는 꽤 다릅니다.
그리고 그런 주파수는 같은 때에 동조를 일으키게 되어 있어서
엇갈려버리는 일이 생기지도 않고.
그러니, 같은 것을 찾을 게 아니라 어울리는 것을 찾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런 harmonicS는 여러 개가 생길 수도 있고.



이 글을 이 새벽에 잠도 안 자고 쓰는 이유는
그렇게 엇갈려버린 인연이 어딘가 아쉽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실존했었다는 것조차 놀랍고, 아마도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과거의 이야기이기 때문, 일겁니다.
그냥 한번 써 놓고 싶었고, 그럼으로써 정리해 두고 싶었고,
그리하여 텍스트로서 백업되어 내 기억에서는, 이제 사라졌으면 싶은.
가끔씩 감당하기 힘들정도의 과거가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날이 오면
차라리 새로운 사실처럼 인식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