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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orteD

잉여한 원생이여 대전행 특급열차를 타라

사건의 시작은 1주일 전입니다. 15일이네요.

약 3600명 이상이 지원한 것 같은 핵심리더 양성사업의 1차 결과가 나온겁니다.
완벽한 개인정보 보호가 되어 있어서, 기억나지도 않는 접수번호를 겨우겨우 찾아서 확인했더니
통과 명단에 내 번호가 뙇!
이게 아무리 봐도 60:1을 뚫은 것 같단 말이죠.
아니 내가 뭐했다고? 나머지는 얼마나 잉여들이 허수지원을 한건가?

알아보니 지구과학 1차 통과자 6명 중 5명이 반경 500m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이네요.
1차는 3배수라서 총 60명이 선발된건데, 60:1이라니 이게 말이나 됩니까
나같이 허접하게 써가지고도 넘어갔으니-_-

자 그래서 그럼 2차가 문젠데
3:1로 고정 경쟁률을 가지게 되고
영어로 발표를 하고 면접을 보는데
2차 일정은 당장 1주일 뒤
발표시간은 달랑 10분
10분동안 3년 1억짜리 프로포잘을 성공시켜야 한다
이게 말이 됩니까 이게? 어헣

꾸역꾸역 ppt와 스크립트를 준비합니다
나름 열심히 외웁니다
영어로 애드립치다가 말아먹은 기억이 많기 때문에 최대한 애드립은 안해야 됩니다
발표시 참고할 것을 들고 갈 수 있다고 합니다 그나마 다행이네요

버뜨
대전가는 KTX를 놓쳤으요 - 이 시점에서 정신줄이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취소수수료 물고 다음거 타고 갑니다
근데 출발이 3분 늦고 도착시간이 원래 예정보다 10분쯤 늦어요.
대전가는데 KTX가 10분 연착이라니 이게 뭔 소리요 으사양반
택시를 탑니다 이미 만원쯤 추가로 더 깨졌어요
한 2분 늦게 대기실에 도착합니다 이미 연습할 멘탈이 없으요

그래도 대충 외워놨으니까 10분만 딱 준비한거 하고 20분동안 열심히 깨지자
라는 마인드로 들어갔는데
면접관은 무려 다섯명
한분은 확실히 알고 두분은 얼굴이 익고 발표장은 6-8인급의 세미나룸
단상같은거 엄서요 손에 포인터와 대본같은 종이뭉치만 들고 있으요
발표를 하는데 아 중반부터 망삘이 옵니다 애드립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멘탈이 미니언도 없는데 타워로 다이브합니다 으아아아

질문이 나옵니다
이론적 베이스? 아니 그런거 없어서 모르니까 하는거라구요
왜 multi-wavelength를 쓰는가 장점이 있는가? 그거 모르니까 해보는 거라니까요
그 외 기타등등
한국어로 물어봐도 모른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질문들이 영어로 나옵니다
1/3은 대답을 제대로 못하고 법버버버버벅 하면서 시간만 때운거 같아요
아 이 느낌 익숙합니다 2008년 전기 대학원 면접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망했어요

순수한 프로포잘 수준의 발표라 설명 못하는걸 어캅니까
뭐 안되겠죠 어차피 주제 자체도 실험적인 것이고 오리지날리티 하나 믿고 간건데
의외로 1차를 통과했으니 2차는 보너스일 뿐이죠. 안되면 안되는거지 뭐

mentaL collap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