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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orteD

희열에 대한 판타지

오늘 신부님 강론이 신천지 특집이었습니다.

천주교는 좀 거리가 있을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나봐요? 뭐 어쨌든

성서를 글자만으로 해석하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 는 내용이 중간에 있었습니다.

맞는 말이죠.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글자는 읽을 수 있을지언정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는겁니다.


5월달의 주보 3페이지에 실리는 글은 흔한 성당 누나태희누나가 쓰고 있습니다.

왠지 언젠가는 연아 동생이 쓸것도 같은데, 뭐 그건 그렇다 치구요.

거기서도 잠깐 보였던 감정, 그리고 성모성월기도, 영광송에서도 느껴지는 그것.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희열이 이해가 될 것 같은데, 글로 설명하자면

'절대자가 내 편이라는 확신에서 오는 떨림을 동반하는 희열'이랄까요.

심판자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것이죠. 신관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어쨌든 이번 포스트의 주제는 그 희열입니다.

희열에 대한 판타지.


마니피캇(magnificaT)

내 영혼이 주님을 찬양하며,
내 구세주 하느님을 생각하는 기쁨에 이 마음 설레입니다.
주께서 여종의 비천한 신세를 돌보셨습니다.
이제부터 온 백성이 나를 복되다 하리니,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큰일을 해 주신 덕분입니다.


영광송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그리고, 단순히 창작일 뿐이지만, scp-001 문의 수호자(thE gatE guardiaN)에 들어있는 '전문'이

어딘가 묘한, 비슷한 느낌을 주더라구요. 번역도 나름 잘 됐고.


긴급 명령 PATMOS-OMEGA 개시

받는이: 전 재단 직원

이 메세지는 대략 ████:██:██ 아침에 제 0 기지로부터 수신되었음.

SCP-001이 원위치에서 벗어났다. 문이 열렸다. 그들이 오고 있다.
오 주여, 너무나도 아름답습니다...

주께서강림하신다주께서강림하셨다주는영원히군림하신다주께서강림하신다
주께서강림하셨다주는영원히군림하신다주께서강림하신다주께서강림하셨다
주는영원히군림하신다주는신이시다주는신이시다주는신이시다주는신이시다
이스라엘아들으라우리하나님여호와는오직하나뿐인여호와이시니

이 사건이 최근 SCP-995의 탈출, SCP-616에 걸려있던 봉인의 해제, SCP-098의 작동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것으로 보아 재단은 즉각 XK급 세계 멸망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SCP-076과 SCP-073의 신병을 즉시 확보하라. 모든 인원은 긴급 명령 PATMOS-OMEGA를 해독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라. 19 기지를 확보하고 모든 필요하지 않은 SCP와 인원은 제거하거나 파괴하라. 반복한다. 이 사건이 최근 SCP-995의 탈출, SCP-616에 걸려있던 봉인의 해제, SCP-098의 작동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것으로 보아 재단은 즉각 XK급 세계 멸망 시나리오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SCP-076과 SCP-073의 신병을 즉시 확보하라. 모든 직원은 긴급 명령 PATMOS-OMEGA를 해독하고 그에 따라 행동하라. 19 기지를 확보하고 모든 필요하지 않은 SCP와 인원은 제거하거나 파괴하라. 반복한다. 이 사건이 최근 SCP-995의 탈출, SCP-616에 걸려있던 봉인의 해제, SCP-098의 ㅈㅏㄱ동과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것으로 보아 재단은 즈즉ㄱ XK급 세계 멸망 시나리오에 ㄷㄷ대ㅎ하 ㅈ주ㄴ비를시ㅈ작해야 한다. SCP-076과 SCP-073ㅇ으ㅇ의 신병을 즉시 ㅎ화ㄱ보하ㄹ카인과 아벨 나의 아들들아, 내가 가노라 ㅁ몯ㅡㄷ느 ㅈ직ㄴ워ㄴ으ㅈㄱ시 긴급 명령 PATMOS-OMEGA를 해도ㄱㅎㅏ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긍ㅇ에ㄷ따라 행ㅇㅇㄷ옹
ㅁ모ㅍ필ㄹㅇㅛ핮ㅣ3242!$%또내가새하늘과새땅을보니처음하늘과처음땅이ㅣㅇ어ㅓ없ㅇㅇ엊ㅈ져ㅆㄱ
^&@#$@#@#$@#$XXXX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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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XXX
XXXXXXX
XXX[통신 두절]


아 도대체 이게 뭔 포스팅이냐 쓰다가 어딘가로 빠져버린 것 같은데

그러니까 이 포스팅을 이해하려면 저랑 비슷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세 경우 모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묘한 떨림을 가져다 주는 문장들입니다. 제게는.


아, 맥락을 보면 심훈의 '그 날이 오면'도 이쪽에 속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유명하죠 이 시는? 다들 공부할때 봤던거라 익숙할테고.


그 날이 오면, 그 날이 오면은

삼각산(三角山)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漢江) 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 날이

이 목숨이 끊기기 전에 와 주기만 하량이면

나는 밤하늘에 날으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鐘路)의 인경(人磬)을 머리로 들이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頭蓋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恨)이 남으오리까.

 

그 날이 와서 오오 그 날이 와서

육조(六曹) 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鼓]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行列)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거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런 드라마틱한 일은 일어나지 않죠.

예수 재림이 이렇게 일어날리도 없고, 입이 저절로 마니피캇을 노래할리도 없고.

영광을 목도함으로서 생기는, 희열에 대한 판타지죠.



약간은 종류가 다르겠지만, '내가 결국 옳았다'는 것이 밝혀질 때의 희열도

이것들과 비슷할 것 같네요. 같은 감정선상에 있는 원인인 것 같습니다.


뭐 길게 써 놨지만, 사실 별 거 있겠습니까. 결국 언젠가는 겪을 감정이겠죠.

절망도 희열도 무기력도 풀파워도.


쓰고나니 정말로 정돈되지 않은unsorteD 글이 되어버렸네요.

다음 글은 문에 대한 짤막한 소설이 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