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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orteD

간단한 잡상

일반적으로 독서라고 부르는 행위를 하지 않은지 꽤 됐습니다.

일하느라 여유가 없다는 핑계는 반만 맞습니다.

정확하게 재정의하자면, 독서의 대상이 책에서 게임으로 바뀐거죠.

그래서 書라는 단어를 더 이상 쓸 수가 없긴 합니다.


게임이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될 수 있죠.

특히나 비교대상이 독서라면 더욱.


게임의 재미의 원천은 3가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런걸 진지하게 연구하시는 분들과의 시각과는 다를 수도 있어요.

그러다보니 제목에다가도 그냥 잡상이라고 써 놨죠.

제가 보는 원천 3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승부.

사실 RTS, FPS, MOBA계열, 대전격투, 그리고 기타 멀티플레이가 주 요소인 게임들은 이게 흥미의 원천입니다.

그리고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와닿는 흥미요소기도 하지요.

일반적으로 스포츠가 주는 재미와 동일할지도 모릅니다.

간단하잖아요. 게임을 하면, 승패가 갈립니다. 이기면 재밌어요.

진다고 해도 다른 요소로 인해 재미가 있을수도 있지만, 이 계열의 게임들은 승리가 목적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대세를 타는겁니다. 사람들이랑 같이할 수 있고, 플레이타임이 그다지 길지 않고.


KOF, TTT, 스타크래프트, 레인보우식스, 포트리스2, 카트라이더, 리그오브레전드.

이쪽 계열의 게임을 이 정도만 훑어봐도, 한국의 지난 15여년간의 대세 게임이 나옵니다.

요즘 대세인 카톡게임들은 직접적으로 대결을 하지는 않지만 점수로서 친구사이의 승부욕을 자극하니

이쪽에 해당되겠네요.


2. 조작 그 자체.

사실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는 여기에서 오는게 맞습니다.

내가 조작하는대로 반응이 나타나요. 신기합니다. 재밌습니다.

조작 자체에 재미가 없으면 그 이후에 따라오게 되는 승부도 스토리도 유발되지 않아요.

다만 이것은, 제가 이전 포스트(http://astralneo.tistory.com/405)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이것만으로 게임을 끌고 나가기에는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이 요소를 게임의 메인으로 삼고 있는 게임들은

선구자적 위치의 게임들과, 스크롤 슈팅, 샌드박스류 게임들입니다.

DDR/펌프는 발을 이용한 조작을 처음 보여줬죠.

각종 리듬게임들, 비트매니아/EZ2DJ, 테크니카, 유비트, 리플렉비트, 등등등.

음악에 맞춰서 정해진 키(화면)를 누르면 됩니다.

심시티, 타이쿤류, 마인크래프트 등의 샌드박스도 비슷해요. 이런거 저런거 하면서 즐기면 됩니다.

테트리스를 이쪽에 넣어도 되겠네요.

Wii 리모콘, 모션컨트롤러, 키넥트 등을 이용한 게임들도 이쪽에 속합니다.


3. 스토리.

사실 제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이 항목입니다. 멀리도 돌아왔네요.

일반적으로 '패키지 게임'이라 부르는, 싱글플레이어 중심의 게임들과, TRPG, 많은 수의 MMORPG들은

그 안에서 진행되는 스토리에 큰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TRPG는 그게 정말로 전부죠.

TRPG에 있어서 조작의 재미는 주사위 던질때 밖에 없습니다.

스토리만 존재하는 비주얼 노벨을 봅시다.

플레이어는 대화를 진행시키고, 분기를 선택하는 것밖에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이 게임들은 소설처럼 하나의 괜찮은 이야기를 제공합니다. 멀티엔딩이 도입되기도 하죠.

이런 면에서 하이퍼텍스트 문학 사조를 연결지어보고도 싶지만 제 내공이 일천한 관계로 생략.

그랬다가는 당장 주화입마에 걸립니다.


어쨌거나, 이쯤되면 이 흥미원천을 메인 요소로 지닌 게임들은 인터랙티브 문학의 일종으로 정의해도 됩니다.

플레이어의 조작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이 되는 겁니다.

텍스트로만 이야기가 제공되는 기존 문학에 비해, 게임은 일러스트, 동적 화면, 소리등을 동시에 제공하죠.

게임패드를 쓴다면 패드 진동으로 촉각 자극까지도.

MMORPG는 원체 테마파크식으로 이것저것 다 가능하다보니 스토리가 메인이라고 단언할수만은 없지만

와우처럼 제작자가 큰 줄기를 지속시키는 경우도,

이인화 교수의 주장처럼 플레이어간의 상호작용이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죠.

이야기를 '받아들이는'(읽는게 아니죠.) 것. 그 자체는 독서와 공통적인 요소입니다.

차이는 다만 어느 매체를 통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죠.


물론 이 새로운 세대인 인터랙티브 문학이 기성문학의 깊이를 따라가지는 못합니다. 아직은요.

하지만 영화의 경우도 마찬가집니다. 쓰레기도 있고 명작도 있는 법이죠.

너무 깊어서 어려우면 사람들이 찾지를 못해요. 현대음악, 미술이 그렇잖아요.

영화도 그렇고 게임도, 보통은 상품 취급을 받기 때문에 '팔리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는 거니까요.




문학의 본질 이런거 파고들어가면 너무 주제가 산으로 가니 과감히 제외합니다.

어차피 이 포스트는 게임에 정당성을 나름대로 부여해보려는 하나의 잡상인데요 뭐.

현대에 들어서서는 게임의 전통적인 장르 구분은 무의미해졌습니다.

워낙 변화가 빠른 동네다 보니까요. 크로스오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성공하면 하나의 장르로 안착하고.

MOBA가 그래서 최근에 등장한 장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게임학 이런거 하는 분들이 좀 어떤 분류 기준을 세워줬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쉽지않겠죠.

제 맘대로 앨런 웨이크의 장르를 정의하자면 숄더뷰 슈퍼내추럴(미스터리? 호러?) 액션 RPG...쯤 되려나요.

그러다보니 저런식으로 아예 새로운 기준을 잡아보기도 하는거구요.


포스트를 작성하게 된 계기는 또 주제와는 조금 달라요.

앨런 웨이크를 한번 다 깨기는 했는데, 플롯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하는 문제가 머릿속에 계속 남았기 때문입니다.

저도 나름 잡글을 끄적이는 사람인지라, 액자를 두어번쯤 덮어쓴 이 게임의 내러티브가 흥미로워서요.

생략할 건 생략하고, 점프할 부분은 점프하면서 완급조절을 하는게 참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묘사력이 딸린다는 생각을 항상 하다보니

최근에는 너무 질질 길게 쓰는 경향이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화염의 파편'편을 반 정도 쓰면서, 플롯 배치가 쉽지않다보니 진도도 잘 안 나가는 그런 상황입니다.

뭐, 기다리는 사람이야 없겠지만서도-_-;;



막짤은 앨런 웨이크에서 나름 인상깊었던 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