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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sorteD

으하 이거 어렵네요

화염의 파편을 얼른 마무리하려고 후반부 줄거리를 짜고 있었는데

핵심인물 두 명의 행동은 뭐 다 괜찮은데요, 예상치 않은데서 갑자기 발목이 잡힙니다.


...자작저택의 구조요.


사실 이집트와 비슷한 자연환경을 가진 도시를 구상하고 거기서 그리다보니

이전 에피소드에서도 걸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긴 했습니다.

사막인데 목제 그릇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인가,

유리는 사용 가능한가, -이건 방금 찾아보니 가능은 하네요. 다만 대체로 불투명 공예품이고

투명한 창유리도 로마때 존재한 것 같지만 쉽게 쓰기 힘들 정도로 비싸고.


이집트-아랍 분위기 나는 곳의 문명이 13세기급이라면 이게 조사가 힘들어요.

세상의 중심은 유럽이었으니까.

현실이 희미한 곳에서 환상이 살아나기 시작하는 것이지만, 오버 테크놀로지는 지양해야죠.

그건 환상이 스스로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처입니다.


자잘한 소품들이야 어떻게든 처리가 됩니다.

다만 첫 화에서부터 은근히 신경쓰이던게 건축이에요.

창유리가 없는 조적식 건물, 채광은? 나무격자창? 덧문? 이집트형? 아랍형?

검색해보기도 여의치가 않구요. 특히나 고대 이집트는 거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는 반면

일반 가옥은 남아있는게 없는 모양입니다.

텔-엘-아마르나의 고급가옥 복원 모델링이 그나마 꽤 도움이 되네요.


이래서 뭔가 만드려면 자료조사가 철저해야 하는겁니다.

창작자 자신도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을 독자에게 무난하게 설득시켜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자료가 있으면 다행인데 찾기 힘든건 곤란합니다. 대충 쓰다가는 결국 작품 내에서 걸리거든요.


유럽식의 '나름' 평범한 2층집을 생각하고 있다가 철회하게 된 것은

갑자기 중정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고급 주택이라면 그 정도는 있어줘야죠.

그리고 저택과 외부 담장으로 구성될리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게 중정이 의미하는바죠. 저 동네에는 담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생각이 꼬리를 물고서는 이집트 갔다가 아랍 갔다가

결국은 어쌔신크리드 1의 다마스커스에까지 이르렀습니다ㅋㅋㅋㅋ


근데 조금 생각해보니까 진짜 좋은 예시네요.

AC1은 십자군이 난리치는 12-13세기의 중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도시를 통째로 만들어놔서 수백채의 가옥이 있어요.

다마스커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크레라던가 근처 다른 도시도 좀 더 있구요.

물론 아크레는 항구라서 글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 뭐가 어렵느냐,

다시 AC1을 깔고, 다마스커스까지 간 다음,

귀족지구의 삼엄한 경비를 뚫고 도망다니면서 스샷을 찍어야 되구요,

그걸 그대로 쓸 수 없으니 적절하게 스케일 다운한 자작저택을 디자인해야 할겁니다.

그리고 거기에 의거해서 도둑의 침입 동선을 새로 또 맞춰줘야하니,

수 시간의 플레이타임이 추가로 더 요구되겠네요. 디자인이야 뭐 적당히 하면 오래 걸리지 않겠지만.

해야 할 다른 게임도 많은데 다시 AC1을 해야하는게 또 걸림돌입니다.


안그래도 뭐랄까, 인터랙티브 스토리가 지금 포화상태라

살짝 게임 휴식기를 가지면서 화염의 파편을 마무리하려 그랬더니 그게 되질 않는군요.

평일엔 디버그-테스트-코딩의 연속일테고. 머리가 복잡한데 일이 추가가 된 셈입니다.

으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