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나 하고 있다가 친구놈이 가자 그러길래 갔다왔습니다.
화요일 기사에선 점심무렵에 두시간도 기다린다는 말을 듣고
어느정도 기다리는 것을 각오하고 오전에 갔지요.
이 근처 지리는 잘 모릅니다. 길을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네요.
퇴계로인가? 나중에 줄 앞쪽에 도달했을때 봉사자분이 그러시더라구요.
퇴계로 지나서 명동 역까지 줄 섰으니 목례만 하고 지나가라고.
어쨌든 10시에 도착했을때 줄이 이렇게 돌고 있었습니다.
길 건너편에 평화방송 건물이 보이길래-
그런데 저 예쁜 건물은 뭘까요. 영락교회?
(기억이 잘 안나네요.)
대기자가 줄어듭니다.(....)
명동성당 있는 골목으로 진입. 여전히 사람은 많습니다.
혼자였으면 지겨워 죽었겠지만 그래도 친구놈이 있어서;
펜스와 의경이 보입니다.
추도행렬이라 그런가 그리 혼잡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의 대비는 적절하다 생각되었습니다.
드디어 성당 입구.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
이게 유언이었던가요?
감사와 당부. 신자로서, 또는 성직자로서 가장 적절한 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여기가 성당 옆에 있는 건물이니 가톨릭회관일겁니다.(아마도.)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추기경님 사목 표어였죠.
Pro vobis et pro multis.
짧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 말은 뭔가 울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올라가는 줄 반대쪽에선 사진전.
저는 다른 사진들보다 가장 왼쪽에 보이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같이 찍힌 사진이 참 좋네요. 83년도더라구요.
가운데 사진은 마더 데레사와 같이 찍힌 사진입니다. 이건 81년도던가.
추기경기를 조기로 달고 근조라 써진 검은 리본을 달았습니다.
마침 잘 펴진 사진이 있네요.
조문하기까지 40분이 걸렸습니다.
첨탑 시계가 마침 알리바이를 증명할 수 있도록 찍혔네요.
목례만 하고 나오려니 조금 아쉽긴 하더군요. 1분만 주어졌다면
빠르게 기도도 드리고 사진을 찍어볼 수 있었을라나.
하긴 사진은 카메라 꺼낼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래도 못찍었을겁니다.
내가 기자도 아니고, 시신 찍어서 블로그에 올리고 감상쓰고 말건데
그건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손가락질 받기 딱 좋은 행위라 생각됩니다.
성당에서는 계속해서 연도가 진행중이었습니다.
마침 제가 들어가니 이 부분이 진행중이더라구요.
'주님, 그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영원한 빛을 그에게 비추소서.'
제게 1분이 주어졌을때 하려고 했던 기도가 저 부분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네요.
이것도 대한민국 역사의 한 부분이 될 것이고
저는 그 자리에 다녀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건 엉뚱한 생각인데, 어떤 과학자가 정말 대단한 업적을 이룬 다음에 죽었다면,
각 언론에 대서특필 되면서 '큰 별이 지다'라는 표현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인슈타인급의 업적이라는 것을 전제하구요.
.....물리학자면 모를까 천문학자는 그럴 꿈도 꾸면 안되겠지만.